지역 신문 및 각종 신문 기사

행복나눔 뉴스

2023년 9월 19일 김포신문,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7]"가족의 순기능 학습 없이 부모가 된 '고딩엄빠'"

관리자
2024-07-30
조회수 146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7] 가족의 순기능 학습 없이 부모가 된 ‘고딩엄빠’

  • 기자명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  
  •  입력 2023.09.19 19:56
  •  
  •  댓글 0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청소년에게도 유효하다. 기본적인 보살핌, 옳은 길로 이끄는 가르침이 가정에서 한계에 이른다면 지역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10여년 넘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보듬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 이곳과 인연을 맺었던 청소년들을 통해 지역의 도움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종편에서 ‘고딩엄빠’라는 제목의 방송이 시청자들의 찬반양론 속에 시즌4까지 방송이 되고 있다. 청소년기 시절 부모가 된 아이들의 이야기로 어떤 사람들은 혀를 차며 보고 어떤 사람들은 요즘의 세대를 생각하면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대부분 가정에서 문제를 겪던 아이들이 가정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이른 나이에 이성교제를 통해 결핍된 애정욕구를 채우려다 생기게 된 일이다. 고등학생이 아니라 심지어 중학생까지 덜컥 부모가 된 사연을 보면서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고딩엄빠’들이 우리 주위에도 심심치 않게 있음을 보게 된다. 

혜영(가명)이 엄마는 부모님이 초등학교 때 이혼을 하셔서 아빠에게 양육비도 못 받으면서 엄마 혼자 양육을 하는 가난한 환경이 싫어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가출을 했다. 타 지역에서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가출을 한 남자친구를 만나 동거를 시작하고 18세에 첫 아이를 낳았다. 

남자친구도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는 집을 떠나고 아빠가 재혼했는데 새엄마와 갈등을 겪다가 중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는 때에 집을 나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다가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도배하는 집에 취직해 도배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아직 어린 나이에 도배작업이 쉽지만은 않아서 방황하던 차에 혜영이 엄마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동거를 시작하고 아이를 낳게 되었던 것이다. 혜영이 외할머니가 딸의 상황을 알고 같이 살 것을 권유해 세 식구가 김포로 오게 되었다.

이후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고 2년 있다가 셋째를 낳아 21살에 아이가 셋인 엄마가 되었다. 혜영이 아빠는 도배사로 살아가기에 자신이 너무 똑똑하다는 자만심이 있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일을 한다고 하기에 잘됐다 하고 있으면 며칠 지나지 않아 다른 일을 한다며 찾아와서 회원가입을 권유하거나 자신이 하는 또 다른 일의 홍보를 부탁하곤 했다. 언어에 재능이 있어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혜영이 아빠의 말솜씨에 금방 설득될 정도였다.

같이 생활하던 혜영이 외할머니는 사위의 불성실한 생활태도 때문에 분가하고 결국 혜영이 가족만 살게 되었는데 아이들 꼴이 너무 이상해서 아동학대신고가 되어 센터에서 만나게 되었다. 혜영이 부모는 순기능을 하는 가족의 모습을 학습하지 못한 상태에서 몸만 어른이 되어 갑자기 부모가 되었으니 부모로서 자신들의 위치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집에 가보니 아이 셋에 강아지까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강아지 대소변을 제때 치우지 않아서 집이 거의 강아지 집 수준이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저희끼리 놀다가 배고프면 큰 아이가 냉장고에서 대충 꺼내 먹고 아니면 늦은 밤까지 부모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그제야 식사하는 상황이었다. 그 몇 년 사이 아빠는 두 번의 교도소 생활을 하고 엄마는 집을 나가 타 지역에서 일하게 되어 아이들은 할머니가 아침저녁으로 돌보게 되었다. 

큰아이가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아 담임선생님과 연락해 엄마가 있는 곳에 방문했더니 조그만 가게 뒷방에 매트리스 하나만 깔려 있고 그곳에서 아이 셋이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있으면 아동학대로 정식 신고해서 아이들을 분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해서 다시 김포 집으로 돌아오게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런 환경 속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란다는 것이다. 다만 할머니, 엄마의 삶을 답습해 혜영이도 또 다른 ‘고딩엄빠’의 길을 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미은(가명)이네는 할머니 자신이 중학교 3학년에 출산을 하였는데 그 딸인 미은이 엄마가 다시 고등학교 1학년에 아이를 낳게 되어 30대 중반에 할머니가 된 경우였다. 미은이 출산 후 연년생으로 더 출산해 18세에 두 아이 엄마가 되었다. 처음에는 미은이 외할아버지의 지원으로 그럭저럭 지내다가 외할아버지가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었다. 

양가 모두 조부모라고 해도 아직 나이가 젊어 자신들의 다른 자녀를 양육하는 상태라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손주들을 돌봐 줄 수 없는 난감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은이 아빠와 엄마는 자신들이 아이들의 부모라는 정체성이 없어 시간만 나면 자기 또래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밤이 되면 아이들과 생활하는 원룸에서 친구들과 밤새 술을 먹고 놀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미은이 아빠의 외도로 결혼생활 3년도 안 되어 이혼을 했다. 미은이 엄마 혼자 두 아이를 맡게 된 것. 다행이 기초수급권자로 선정되어 복지지원을 받게 되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위태롭게 생활하고 있다. 

그간 수많은 아이들의 사례를 접하고 개입하고 종결하면서 얻은 결론은 가정폭력으로 무너진 가정의 최대 피해자는 ‘그 가정의 아이, 즉 자녀들’이라는 것이다. 그런 처지에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는 상황이 오면 나는 아동학대신고 의무자로서 언제나 심한 딜레마를 느끼게 된다.

영유아기 아이들은 당연히 자기결정권이 없다. 전적으로 부모에게 생존을 의지해야 하는데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여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 우리는 전문가로서 아이 대신 무언가 결정을 해주어야 한다. 부모에게서 분리를 시키든지, 아니면 부모교육을 통해 부모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든지, 학대경험으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개입을 통해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를 판단하고 실행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 더 옳은 결정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아이들을 가족에게서 분리하는 문제는 더욱 그러하다. 혹여라도 아이들이 함께 살지 못한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지금의 결정을 원망할 수도 있을 테고, 반대로 가족과 살도록 했을 때 자신들을 부모에게서 보호해 주지 않았다고 이 사회를 원망할 수도 있기에 그렇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결정은 주관적 판단보다 되도록 사안의 본질을 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gimpo1234@naver.com

 

출처 :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7] 가족의 순기능 학습 없이 부모가 된 ‘고딩엄빠’ < 청소년 < 청소년 신문 < 기사본문 - 김포신문 (igimpo.com)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