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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9일 김포신문,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4]"언어와 적응 이중고를 겪는 이주배경청소년"

관리자
2024-07-30
조회수 127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4] 언어와 적응 이중고를 겪는 이주배경청소년 

  • 기자명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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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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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청소년에게도 유효하다. 기본적인 보살핌, 옳은 길로 이끄는 가르침이 가정에서 한계에 이른다면 지역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10여년 넘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보듬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 이곳과 인연을 맺었던 청소년들을 통해 지역의 도움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김포시는 도농복합도시에서 신도시로 발전하면서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참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다문화청소년 즉 이주배경청소년들도 우리 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돌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모 중 한 사람의 국적이 다른 나라인 아이들이 이주배경청소년인 줄 알았는데 같은 이주민의 자녀라 해도 이주배경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부모님을 따라서 한국에 온 아이, 외국인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사는 아이, 탈북배경을 가진 아이, 부모님이 국제결혼을 한 아이 등 이주의 배경이 달라서 그에 따라 어려움의 내용도 조금씩 달랐다.

고교 입학과 한국어교육이 절실했던 태환이 

태환(가명)이는 다른 지역에서 다문화 지원 사역을 하시는 분이 의뢰해서 만나게 된 아이였다. 열여덟 살인데 자신의 나라에서 중학교는 졸업했고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 상태로 한국에 왔기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태환이 어머니는 태환이와 여동생을 두고 남편과 이혼한 상태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한국 남성과 결혼해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당장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절차가 쉽지 않았다. 이사장님께서 이곳저곳 학교마다 문의하고 찾아가 상담을 해도 아이의 비자가 단기비자라 입학을 허락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던 중 한 학교에서 아이의 비자와 입학에 필요한 증빙 서류들만 구비하면 정원 외 입학으로 받아줄 수 있다고 해 1학년 입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입국한 지 얼마 안 되는 상황이라 태환이는 우리말을 전혀 할 줄 몰랐다. 한국어교육이 시급했다. 다행이 아이는 자기 나라에서 공부를 제법 잘하는 편이었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반듯하고 인상도 부드러워 비록 언어는 안 통해도 짧은 영어와 몸짓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 기관에서 위탁교육을 하기로 해 원적은 00고등학교에 있으면서 수업은 우리 기관에서 받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가 살고 있는 지역이 인천이라 매일 아침 인천으로 차량 운행을 하여 아이를 픽업하고 수업을 마치면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어야 했다. 아이를 픽업하는 선생님은 아침에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저녁에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을 매일 차량운행을 하며 아이가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러는 중 여동생도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엄마가 매일 출근해야 하니 7세 여동생도 부탁받아 오빠와 함께 매일 우리 기관으로 오게 되었다. 오빠가 수업할 때는 센터의 선생님들과 게임도 하고 책도 읽다가 점심시간에 같이 급식하고 오빠가 수업을 마치면 선생님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태환이는 혹시 여동생이 아프거나 자신이 출석을 못 할 경우가 생기면 번역기를 돌려 자신의 상황을 선생님께 문자로 보내곤 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일이 있다. 아침에 차량운행 선생님이 출근해 오늘은 태환이한테 안 갔는데 어젯밤에 이런 문자가 왔더라며 문자를 보여 주셨다. ‘나는 오늘 이 아프다 치과. 나는 오늘 작동 못 한다’. 번역기를 돌려서 보낸 문장이지만 아파서 못 간다는 말을 작동 못 한다고 표현한 것이 귀엽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 한동안 선생님들과 이 단어를 써먹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잘 적응해 가고 있던 차에 학교 서류랑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두 달 본국으로 들어갔다 와야 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고 아이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태환이의 비자가 체류기간이 지나간 상태라 공항에서 불법체류자로 분류돼 본국으로 돌아가 2년 동안은 다시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국학교에 입학이 허락되어 있기에 그런 사실이 참고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으나 결국 아이는 아직까지 재입국을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도 다니고 컴퓨터 관련 직업을 갖고 싶다던, 반듯하고 눈빛이 선한 태환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 강박장애를 겪은 경훈이  

경훈(가명)이는 한국인 아버지와 탈북 어머니 가정의 남매 중 둘째 자녀다. 우리 기관과 잘 알고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만나게 된 아이였다. 당시 가장 큰 문제는 경훈이가 눈썹과 머리카락을 심하게 뽑아 앞머리 절반이 휑하게 비어 있고 뽑을 때마다 피가 흐를 정도로 이상행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모두 한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이었기에 언어 문제는 없었지만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집에서는 의사소통하지 않으려 하면서 컴퓨터 게임만 몰입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두 살 많은 누나도 학교생활이 원만하지 않고 아버지는 ‘알콜릭’으로 정규직 취업이 불가능해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최저시급을 받고 있었다. 기초수급 선정이 되지 않아 생활이 많이 어려운 상태지만 전문가 상담을 받으러 갈 형편도 안 돼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모발뽑기 장애는 일종의 강박관련 장애로 이상심리 중 하나라 담당선생님께 상황 설명을 드리고 꾸준히 아이와 만나면서 친밀감을 쌓아갔다. 청소년 상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아이 스스로 동기를 갖고 오는 게 아니라서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훈이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그동안 센터는 아이 가정에 용돈을 지원해주고 누나에 대한 심리지원도 병행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면서 수업에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두 달 정도 지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게임이나 놀이를 먼저 제안하는 등 변화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고 기회도 없어 외톨이로 지내던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또래 아이들의 관심사에 동참하고 게임이나 놀이를 공유하면서 눈에 띄게 웃음이 늘어났다. 지금은 머리나 눈썹을 뽑던 문제행동도 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잘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우리나라의 아이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잘 성장하고 있고, 다문화 부모님들도 건실하게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부모로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좋은 양육환경을 만들어주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주배경청소년들은 기본적으로 언어 문제로 인해 유아기 발달단계에서 한 번쯤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어와 외국어에 이중으로 노출되면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단어가 바로바로 전환되지 않게 되면 모호한 혼란을 느낄 수 있고 그런 모호함은 아이의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의 문제뿐 아니라 부모님의 모국에 따라 문화도 생활양식도 차이가 있어 어려울 수 있는데, 부모님들의 부부생활마저 안정적이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심리정서적인 부분에서 매우 심각한 불안감을 안고 성장해 갈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gimpo1234@naver.com

 

출처 :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4] 언어와 적응 이중고를 겪는 이주배경청소년  < 청소년 < 청소년 신문 < 기사본문 - 김포신문 (igimp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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