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3] “질풍노도의 시기, 지역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 기자명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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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8.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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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2023.08.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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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청소년에게도 유효하다. 기본적인 보살핌, 옳은 길로 이끄는 가르침이 가정에서 한계에 이른다면 지역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10여년 넘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보듬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 이곳과 인연을 맺었던 청소년들을 통해 지역의 도움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학교마다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이 있는데 자기들끼리 서열을 만들고 일진이 되면 다른 학교 일진과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 집단 패싸움을 하는 등 청소년 비행을 막 시작한 아이들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밤에 공원이나 한적한 장소에서 다른 아이들의 금품을 갈취하거나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 폭행하기도 하는 등 비행을 계속하다가 경찰에 의해 잡혀서 보호관찰을 받는 일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 우리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는데 민간기관인 우리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만 아이들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정도는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여간 어찌어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했지만 결석을 많이 하게 되면서 결국 자퇴처리가 되어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겠다고 원정 합숙훈련까지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걱정하던 차에 다시 또 비행으로 경찰에 잡혀 검찰로 이송되고 소년 재판을 받게 되었다.
중학교 일진 출신에 소년재판까지 간 아이들
그런 연유로 아이들 가정사까지 들여다보게 되어 부모님들 면담을 하게 되었다. 학교 밖이나 학교 안이나 표면적으로 문제행동이나 비행에 연루된 아이들을 만나보면 가정이 안정되지 못한 경우가 대체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아이들도 이혼 가정으로 한부모인 아이, 부모가 이혼 소송 중인 아이, 아버지는 지체장애 어머니는 청각장애로 수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가정의 아이 등 안정적인 가정환경에 있는 아이가 없었다.
그중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아이 초등학교 때 받은 상장까지 들고 와서 판사님께 탄원서를 보내달라고 눈물로 간청했다. 언어로 소통하지는 못하지만 손짓과 표정으로 전달되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도 부모님들의 마음을 담아 판사님께서 아이들을 선처해 주시면 본 기관에서 책임지고 아이들을 변화시키겠노라고 약속하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작성해 올렸다.
이후 재판을 받고 풀려 난 아이들이 감사하다고 찾아와 90도 각도로 깍듯이 인사했다. 그래서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는 안내를 하고 공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였더니 배달 알바를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과정이 아주 순조로웠다 고 할 수는 없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참여를 하면 양호한 편이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원룸에서 자기들끼리 생활하는 터라 낮과 밤이 바뀐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전날 늦게까지 배달을 하거나 친구들과 과음을 하거나 게임을 하다가 잠자는 시간을 놓쳐 잠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침이면 선생님들이 아이들 집으로 찾아가 깨워서 데리고 와야 했다. 그러나 준비 없이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한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일찍 일을 시작한 자신들을 대하는 세상의 편견과 부딪히며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하더니 꾸준히 공부를 해 결과적으로는 모두 다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 합격에 심리적 위축·낮은 자존감 벗어나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나 가정에서 비난이나 지적 같은 부정적 피드백을 늘 들어야 했기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자아에 대한 개념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청소년 비행을 저지르고 일탈행동을 하는 등 문제아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위축되고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스스로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아이들이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점차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센터의 젊은 선생님들과 라포 형성이 되면서 진로나 이성교제, 가정문제 등을 스스럼없이 의논하고 이야기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게 되면서 이듬해 바로 대학진학을 한 아이도 있고 군에 입대한 아이도 있다. 한 아이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술자격증 학원에서 중장비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고, 운동을 좋아했던 아이는 생활체육지도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정말 어른이 된 것도 아닌 것 같고, 세상을 다 알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보면 그것도 아니고, 가슴은 이유 없이 혼란스러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있으나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워 방황하는 아이들.
더구나 기본적으로 가정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방임이나 방치로 내몰린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두려운 세상에서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외현화된 문제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우울이나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로 끝없이 자기 자신을 동굴 속으로 밀어 넣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의 성장 과정 중 사춘기라고 불리는 청소년기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아직은 다 완성되지 않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부모가 방향을 제시해 주면 그 길에서 얌전하게 걸어가는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그것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 싶은 충동으로 힘들어할 수 도 있기에 옳고 그름의 잣대로 바라보며 판단하려는 오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매일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가끔씩 방학을 했거나 휴가를 받으면 음료수 한 박스씩 들고 불쑥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그때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몰라요.”
“제 인생의 흑역사예요.”
“이제는 안 해 봤던 걸 해보려구요.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들은 누군가의 아주 작은 관심과 사랑에도 삶의 방향과 모습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믿음으로 지금도 어디에선가 흔들리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땀 흘리고 있을 고마운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은 건강하고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gimpo1234@naver.com
출처 :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3] “질풍노도의 시기, 지역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 청소년 < 청소년 신문 < 기사본문 - 김포신문 (igimpo.com)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3] “질풍노도의 시기, 지역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청소년에게도 유효하다. 기본적인 보살핌, 옳은 길로 이끄는 가르침이 가정에서 한계에 이른다면 지역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10여년 넘게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을 보듬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 이곳과 인연을 맺었던 청소년들을 통해 지역의 도움이 어떤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학교마다 소위 일진이라는 아이들이 있는데 자기들끼리 서열을 만들고 일진이 되면 다른 학교 일진과 힘겨루기를 하기 위해 집단 패싸움을 하는 등 청소년 비행을 막 시작한 아이들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밤에 공원이나 한적한 장소에서 다른 아이들의 금품을 갈취하거나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 폭행하기도 하는 등 비행을 계속하다가 경찰에 의해 잡혀서 보호관찰을 받는 일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 우리가 이런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는데 민간기관인 우리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만 아이들이 더 큰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정도는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여간 어찌어찌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학했지만 결석을 많이 하게 되면서 결국 자퇴처리가 되어 학교를 떠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조직을 만들겠다고 원정 합숙훈련까지 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걱정하던 차에 다시 또 비행으로 경찰에 잡혀 검찰로 이송되고 소년 재판을 받게 되었다.
중학교 일진 출신에 소년재판까지 간 아이들
그런 연유로 아이들 가정사까지 들여다보게 되어 부모님들 면담을 하게 되었다. 학교 밖이나 학교 안이나 표면적으로 문제행동이나 비행에 연루된 아이들을 만나보면 가정이 안정되지 못한 경우가 대체로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아이들도 이혼 가정으로 한부모인 아이, 부모가 이혼 소송 중인 아이, 아버지는 지체장애 어머니는 청각장애로 수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가정의 아이 등 안정적인 가정환경에 있는 아이가 없었다.
그중 청각장애를 가진 어머니가 아이 초등학교 때 받은 상장까지 들고 와서 판사님께 탄원서를 보내달라고 눈물로 간청했다. 언어로 소통하지는 못하지만 손짓과 표정으로 전달되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면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우리도 부모님들의 마음을 담아 판사님께서 아이들을 선처해 주시면 본 기관에서 책임지고 아이들을 변화시키겠노라고 약속하는 내용으로 탄원서를 작성해 올렸다.
이후 재판을 받고 풀려 난 아이들이 감사하다고 찾아와 90도 각도로 깍듯이 인사했다. 그래서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다는 안내를 하고 공부하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하였더니 배달 알바를 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와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과정이 아주 순조로웠다 고 할 수는 없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참여를 하면 양호한 편이었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원룸에서 자기들끼리 생활하는 터라 낮과 밤이 바뀐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전날 늦게까지 배달을 하거나 친구들과 과음을 하거나 게임을 하다가 잠자는 시간을 놓쳐 잠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아침이면 선생님들이 아이들 집으로 찾아가 깨워서 데리고 와야 했다. 그러나 준비 없이 사회에 나와 일을 시작한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일찍 일을 시작한 자신들을 대하는 세상의 편견과 부딪히며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하더니 꾸준히 공부를 해 결과적으로는 모두 다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 합격에 심리적 위축·낮은 자존감 벗어나
아이들은 그동안 학교나 가정에서 비난이나 지적 같은 부정적 피드백을 늘 들어야 했기에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자아에 대한 개념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청소년 비행을 저지르고 일탈행동을 하는 등 문제아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지만 심리적으로는 위축되고 자존감이나 자기효능감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스스로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아이들이 검정고시 시험에 합격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점차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센터의 젊은 선생님들과 라포 형성이 되면서 진로나 이성교제, 가정문제 등을 스스럼없이 의논하고 이야기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게 되면서 이듬해 바로 대학진학을 한 아이도 있고 군에 입대한 아이도 있다. 한 아이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기술자격증 학원에서 중장비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고, 운동을 좋아했던 아이는 생활체육지도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정말 어른이 된 것도 아닌 것 같고, 세상을 다 알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보면 그것도 아니고, 가슴은 이유 없이 혼란스러워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있으나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워 방황하는 아이들.
더구나 기본적으로 가정이 따뜻한 울타리가 되어 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방임이나 방치로 내몰린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두려운 세상에서 어쨌든 살아야 하니까 본능적으로 자신이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외현화된 문제행동을 하거나 아니면 우울이나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로 끝없이 자기 자신을 동굴 속으로 밀어 넣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의 성장 과정 중 사춘기라고 불리는 청소년기를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아직은 다 완성되지 않은 몸과 마음을 가지고 부모가 방향을 제시해 주면 그 길에서 얌전하게 걸어가는 아이도 있지만, 어떤 아이는 그것이 부담스러워 벗어나고 싶은 충동으로 힘들어할 수 도 있기에 옳고 그름의 잣대로 바라보며 판단하려는 오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매일 스스로 다짐하게 된다.
가끔씩 방학을 했거나 휴가를 받으면 음료수 한 박스씩 들고 불쑥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 그때는 제가 왜 그랬는지 몰라요.”
“제 인생의 흑역사예요.”
“이제는 안 해 봤던 걸 해보려구요.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아이들은 누군가의 아주 작은 관심과 사랑에도 삶의 방향과 모습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이런 믿음으로 지금도 어디에선가 흔들리는 아이들과 씨름하며 땀 흘리고 있을 고마운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있기에 이 세상이 아직은 건강하고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gimpo1234@naver.com
출처 : [연재기고-지역이 지킨 청소년 3] “질풍노도의 시기, 지역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 < 청소년 < 청소년 신문 < 기사본문 - 김포신문 (igimp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