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동 청소년을 발굴해 생계, 생활, 학습, 의료, 심리, 부모교육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설립해 김포시에서 15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그저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만나게 된 현장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상황은 기관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직원들과 ‘견디자, 버티자!’라며 긴 시간을 이겨냈고 앞으로도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아가려고 합니다.
2024년도에는 경기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이주 배경 청소년의 성장 기회 격차 해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주 배경 아동 청소년들에게 학습과 심리상담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방과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에 있거나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주배경아동과 청소년들이 센터에 와서 한국어, 수학, 영어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심리상담을 하면서 하루하루 표정과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이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학습을 통해서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지만 심리적 위축감과 불안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던 아이들이 상담심리지원을 받으며 한 주 한 주 표정이 달리지는 것을 보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상담 때 만났던 다문화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큰 배움의 시간이 되었고 많은 행복을 느끼게 했던 내담자는 김00이라는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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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문을 열고 온 아이는 수줍은 모습으로 들어와 앉았다. 첫 상담이 마무리될 무렵 아이가 “선생님이 제 상담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상담을 오래 해주실 거죠?”라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남기고 귀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회기에 만난 아이에게 고민을 묻자 ‘욕’ ‘가족’ ‘친구 관계’가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평소 문장 속에 욕과 비속어를 2〜3개는 기본으로 쓰던 아인데 자신이 욕을 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것이 놀라웠고 아이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기특했다. 욕을 하지 않았을 때 기분과 욕을 할 때의 기분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일주일 욕을 하는 횟수를 세어보기도 했으며 뇌 과학적으로 욕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바라는 것, 가족의 장점과 나의 장점을 표현해보기도 했으며 또래들과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 속 대처 방법을 알아보고 말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아이의 주 호소 문제는 욕에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로 바뀌었다. 욕과 비속어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내담 아동이 욕을 자제하며 스트레스가 생기고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와 엄마의 임신 소식으로 책임감이 과중 된 아이는 상담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고민 끝에 상담의 중반이 지나가며 아동과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아이는 스케치북이 아닌 캔버스에 전문가처럼 그림을 그리고 색칠해 보고 싶다고 했고 난 수용해 주었다.
그렇게 상담이 후반부로 가던 어느 날 아동이 상기된 표정으로 상담실에 들어왔다. “사회 수행평가를 봤는데 저만 책을 다 외워 수행을 봐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셨어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이날 이후 긍정의 연쇄작용은 상당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는 예전에 욕을 하고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더이상 아니었다. 자신의 꿈을 찾으려는 아이가 돼가고 있었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며 부정적인 에너지를 떨쳐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됐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회기에 내담 아동과 그동안 상담을 복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욕을 하던 아이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는 창피해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보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비즈를 작업하며 힘들었지만 집중력을 최고로 발휘했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한 6개월 24회기는 울고 웃고 행복해 한 우리에게, 나에게, 아이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비록 상담은 마무리가 돼 더이상 만나지 못하지만 가끔 아이가 생각나면 노을이 어여쁜 어느 날 친구들과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아이의 멋진 미래를 응원해 본다.
김종옥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센터장 gimpo1234@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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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함께 하며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그저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으로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만나게 된 현장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상황은 기관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하는 직원들과 ‘견디자, 버티자!’라며 긴 시간을 이겨냈고 앞으로도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아가려고 합니다.
2024년도에는 경기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 ‘이주 배경 청소년의 성장 기회 격차 해소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이주 배경 아동 청소년들에게 학습과 심리상담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방과 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집에 있거나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주배경아동과 청소년들이 센터에 와서 한국어, 수학, 영어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심리상담을 하면서 하루하루 표정과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이 큰 기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특히 학습을 통해서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지만 심리적 위축감과 불안으로 학교와 가정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던 아이들이 상담심리지원을 받으며 한 주 한 주 표정이 달리지는 것을 보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이었습니다.
상담 때 만났던 다문화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에게 큰 배움의 시간이 되었고 많은 행복을 느끼게 했던 내담자는 김00이라는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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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문을 열고 온 아이는 수줍은 모습으로 들어와 앉았다. 첫 상담이 마무리될 무렵 아이가 “선생님이 제 상담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상담을 오래 해주실 거죠?”라는 생각지도 못한 말을 남기고 귀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2회기에 만난 아이에게 고민을 묻자 ‘욕’ ‘가족’ ‘친구 관계’가 고민이라고 이야기했다. 평소 문장 속에 욕과 비속어를 2〜3개는 기본으로 쓰던 아인데 자신이 욕을 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것이 놀라웠고 아이가 그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 기특했다. 욕을 하지 않았을 때 기분과 욕을 할 때의 기분을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일주일 욕을 하는 횟수를 세어보기도 했으며 뇌 과학적으로 욕이 뇌에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도 하고 가족에게 바라는 것, 가족의 장점과 나의 장점을 표현해보기도 했으며 또래들과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 속 대처 방법을 알아보고 말로 표현해 보기도 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아이의 주 호소 문제는 욕에서 자연스럽게 스트레스로 바뀌었다. 욕과 비속어에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내담 아동이 욕을 자제하며 스트레스가 생기고 설상가상으로 부모님의 엄격한 통제와 엄마의 임신 소식으로 책임감이 과중 된 아이는 상담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고민 끝에 상담의 중반이 지나가며 아동과 함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아이는 스케치북이 아닌 캔버스에 전문가처럼 그림을 그리고 색칠해 보고 싶다고 했고 난 수용해 주었다.
그렇게 상담이 후반부로 가던 어느 날 아동이 상기된 표정으로 상담실에 들어왔다. “사회 수행평가를 봤는데 저만 책을 다 외워 수행을 봐 선생님이 칭찬을 해 주셨어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이날 이후 긍정의 연쇄작용은 상당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는 예전에 욕을 하고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더이상 아니었다. 자신의 꿈을 찾으려는 아이가 돼가고 있었고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며 부정적인 에너지를 떨쳐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그림을 그리는 아이가 됐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 회기에 내담 아동과 그동안 상담을 복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욕을 하던 아이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때는 창피해하며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보드게임을 보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비즈를 작업하며 힘들었지만 집중력을 최고로 발휘했다는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한 6개월 24회기는 울고 웃고 행복해 한 우리에게, 나에게, 아이에게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비록 상담은 마무리가 돼 더이상 만나지 못하지만 가끔 아이가 생각나면 노을이 어여쁜 어느 날 친구들과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마음속으로 아이의 멋진 미래를 응원해 본다.